- 독서 동기, 저자 소개 -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던 친구들이 요즘 조용하다. 별로 땡기지 않는 시기인가보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찾아 들어가보았다. <<떨림과 울림>>을 읽는다고 한다. 나쁘지 않았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와! 진짜 멋있다. 끈 이론을 얘기하는 건가? 흥미가 생긴다.
도서 선정을 하자마자 바로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는 분을 보고 재밌었다 ㅋㅋㅋ 바로 며칠 전 <<울트라 러닝>>에서 본 '실행하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도 멋있고, 사람의 시작도 멋있다.
저자 김상욱 교수님은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본인이 보는 물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려고,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 재미있던 내용들 -
p. 7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 '인간을 배제한다'는 문장에서 인공지능의 강화 학습이 떠올랐다. 인간의 직관이나 당연한 상식을 미리 가르쳐주지 않고, 경험을 통해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최적의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이, 물리학의 접근 방식에서 기존의 믿음에 반하더라도 실험을 통해 이론을 정립해 나아가는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알파고Lee(인간의 기보로 학습한, 이세돌과 대국한 버전) 다음 버전의 알파고Zero(기보를 알려주지 않고, 셀프 대국하며 학습한 버전)가 월등한 성능(0 대 100)을 낸 점이 그렇다.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때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p. 17-18 ‘빛은 주파수에 따라 마이크로파,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우리는 이 가운데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자명하지 않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빛보다 보이지 않는 빛이 더 많다.’
: ‘보다’와 ‘가시광선’을 말하는 위 문장에서, Ken Liu라는 작가(변호사이자 프로그래머)가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개한 말이 생각났다.
작가와 독자의 사유가 연결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한 층 들어가 표현한 글이 인상적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의 해상도로 보인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
p. 18-19 윌리엄 허셜의 적외선 발견.
: 적외선은 우주 탐사, 의학 진단, 통신, 일상(리모컨, 자동문) 등 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빨강 영역 바깥의 스펙트럼에도 온도계를 둘 생각을 하다니! 호기심은 우리의 지평을 넓힌다.
p. 48 우리를 이루는 것, 세상을 이루는 것.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 본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우연하게도 이 책을 읽기 하루 전 친구와 내면을 탐구하며 보낸 메시지의 내용과 일치해서 신기했다.
: 세상을 이해하려는 겸손하면서도 치열한 태도가 멋지다.
- 인상적이었던 다른 분들의 감상 -
G : "우리는 누군가에게 떨어줘야 한다. 누군가는 나를 통해 울림을 받는다."
: 와아! G님의 감상에 놀랐다. 프롤로그에 완벽히 부합하면서도 그렇게나 배려심 있고 다정하고 따뜻한 말이라니. 진짜 멋지다. 우리의 활동(떨림)과 리액션(울림)은,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다.
예전에 나는 느끼는 대로 반응하지 않을(못할) 때가 있었다.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감의 말을 고르느라, 때로는 잘 보이고 싶어서, 때로는 신경을 끄느라.
그런데 어느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며 서로 순수하게 반응하는 장면을 보았다. '우리들은 아이였을 때 저렇게 편하게 반응했었지. 그런데 왜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기 마련인데, 퇴화되는 건 이상하지 않나?' 고민해보던 중, 누군가가 내게 해주었던 기분 좋은 반응이 떠올랐다. '우와 너무 좋아요!!'
그 후 나는 태도를 바꾸었다. 사소한 걱정이나 허세를 버리고, 느끼는 대로 반응해보기로. 설령 그것이 실수이거나 상대에게 부담이 될지라도, 기꺼이 표현하자고.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어요", "덕분에 무척 즐거워요", "우와 정말 놀라워요!" 라고 말하기로. '당신의 존재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어요'라는 것을 알려주기로. 내 투명한 반응이 누군가에게 기쁨으로 닿기를. 그리고 그 기쁨이 그 주변인에게도 또 한 덩어리의 에너지로 닿기를.
물주먹 : "제 새로운 모습을 매년 발견하네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게으르면서도 성실한 것 같고, 물욕이 없으면서도 세속적인 것 같기도 해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이 혼재하는 것이 자연의 본질이라는 말이 공감되었어요."
: 물주먹님의 감상은 나의 마음과 공명했다. 공교롭게도 건강한 개인 안에도 여러 인격이 공존한다는 사실은 내가 겪은 중요한 깨달음이었기 때문이다.
본문(p.130-136)이 설명하는 빛의 이중성(파동이면서 입자)과 상보성(파동과 입자 중 한쪽을 명확히 보려면 다른 쪽은 희미해지는 원리)을 통해 물주먹님께서 자신의 복합적 모습에 대한 울림을 느낀 것이 멋있었다.
우리의 자아는 단일체가 아니라, 상황(역할, 동기)에 따라 활성화되는 여러 측면들의 복합체이다. 뇌는 이러한 다양성을 반영하는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 복잡성(개인이 다양한 정체성과 면모를 가지는 것)'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안에 다양한, 심지어 모순되어 보이는 모습들이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이해하면, 나 자신과 타인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양면성을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재미있는 문장을 적었다.
'마치 두 번째 자아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과 같다. 하나는 분별있고 이성적인 자아, 다른 하나는 꼴통 짓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그렇지만 가끔은 너무나 재미난 자아다.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재미난 일을 몹시도 저지르고 싶어 하는 자신을 깨닫는다. 이유는 모른다. 마치 내가 내 뜻을 거스르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데도 자꾸만 저지르고 싶어진다.' -도스토옙스키, <<미성년>> 중에서
연한하늘빛 :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순수성을 잃으면 안 돼"
: 책의 주제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시는 점이 공감됐다. 세상에는 분명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존재의 떨림을 발견하고, 매력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움을 구하고 마음을 가꾸어 나아가자.
- 끝으로 -
이 책은 물리학을 다정한 문장으로 넓고 가볍게 다룬다. 해박한 저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러한 내용이 낯설다면 흥미와 호기심이 생길지도. 다만, 깊이 있는 지식을 기대하거나 이미 관련한 경험이 있다면 놀랍진 않을 수 있겠다.
발행일 : 2018. 11. 7.
쪽수 : 270
만족도 : 6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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